울타리를 넘어서

두 번째 별을 따낸 프랑스

파샤 (pacha) 2018. 8. 1. 04:44

월드컵 결승전은 좀 멋있게 보고 싶었다. 한국에서 오랜 만에 온 선배와 샹드마르스로 진출하자는데 의기투합을 했다. 에콜 밀리테르역 근처에서 만나 팬존으로 들어가기로 약속했다. 사람들이 많이 올 것을 감안해 한 시간 전쯤에 보기로 했다. 일을 마치고 서둘러 1번선을 타고 콩코드 광장에서 8번선을 갈아타려고 가던 중이었다.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샹드마르스는 만석이라 더 이상 팬들을 들여보낼 수 없으니 되돌아 가십시오. 발길을 돌리면서 선배한테 전화를 걸어 결국 콩코드 광장 1번출구 바깥에서 만나기로 했다. 경기 시작이 되기 몇 시간 전부터 경적을 울리고 호루라기를 불고 국기를 흔들고 난리법썩이었다. 경기 전에 열기가 후끈 달아올라 절대로 지면 안 될 분위기로 몰아갔다. 콩코드 광장 바깥으로 나왔을 때 사람들은 얼굴에 삼색기를 찍어바르고 국기를 들고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서 여기저기로 옮겨가는데 발걸음이 그리 바쁠 수 없었다. 저 많은 팬들은 도대체 어디가서 경기를 볼까? 샹젤리제로 가나 파리시청으로 가나, 아님 시내의 카페로 가나? 팬들의 물결은 대단한 열기를 내뿜으며 지나갔다. 아무래도 단골 카페로 가야겠지. 속으로 갈 곳을 정했다. 

온통 들뜬 프랑스팬들 처럼 나도 덩달아 열기에 휩싸이는 느낌이었다. 더운 날씨가 뿜어대는 열기와 팬들의 열기가 더해 묘한 취기까지 몰려왔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바빠졌다. 팬존은 턱도 없고 어디가서 경기를 본담? 빌라로 갈 수밖에.


북적대는 1번선을 타고 루브르역에서 내려 빌라로 도착했다. 웬걸 문앞에 줄을 서고 있지 않나! 자리가 없다는 말씀! 주인장이 들여보내주었다. 단골의 위력은 이럴 때 나오는 거다. 이미 예약한 사람들로 카페는 빼곡 차 있었다. 이럴 수가! 단골 아니었더라면 이 카페도 못 들어왔잖아!! 자리는 없으니까 구석에 끼어들어 보라며 2층으로 올라가라고 했다. 물론 지난 번처럼 대형화면이 설치된 2층에서 볼 생각이었다. 막상 올라가니 다 예약이 된 모양이었다. 기웃기웃 하니까 뒷줄의 프랑스팬이 옆자리가 비었다는 시늉을 보내왔다. 올커니 앉을 자리가 남아 있네!!!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도 시작하기 전 이미 열기가 한껏 올라와 있었다. 플라스틱 맥주컵을 들고 얼굴에 화색이 돌며 쉴 새 없이 떠들어대었다. 몇몇은 프랑스 국기를 들고 어떤이는 투박한 소리가 나오는 피리(남아공 월드컵 때 유행된 악기)를 그리고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볼에는 어김없이 삼색기를 찍어발랐다. 프랑스가 지면 절대로 안 될 분위기를 몰아갔다. 물론 다들 프랑스가 이길 거라고 예상하던 터기도 하다. 몇 경기를 내리 연장전을 치른 크로아시아가 우선 체력에서 열세다. 이건 너무 명백한 객관적인 사실. 솔직히 말해 전력면에서도 프랑스가 앞서는 것 또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결과는 뚜껑을 열어보아야만 가능하지 않나.

가지 못한 샹드마르스에서 앵커가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 앵커 가슴에 장닭 한 마리가 빨갛게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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