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 마을은 [소금밀매꾼들]에서 화자인 나와 친구 실뱅이 에름농빌 빨래터의 아가씨들이 길을 잘못 가르쳐 주는 바람에 헤매다가 들러는 마을로 나온다. 길헤매기는 네르발의 장기로 에둘러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빌미를 마련한다. 목적지가 당마르탱. 지름길이라고 늘 지름길이 아니오, 에두름길도 때로는 지름길이 된다. 나그네의 길 헤맴은 네르발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테마. 돌아가는 길에 마을 하나를 더 소개하고 얘기거리 하나를 끼워 넣은 옴니버스식이다.
행사에 참가한 일행들이 베르 마을 성당 앞을 누비고 있다. 각자 자기 차량으로 행렬을 지어 이동했는데 파샤는 가이드 차량에 구면인 보네(Bonnet)씨 부부와 동승하였다.
참 아담한 동네 성당이다. 정문 위로 자리잡은 세 개의 장미창이 특이하다. 오른쪽에 아주 오래된 레스토랑 바깥에 걸린 가로등을 보라.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기술발달의 대표주자 철길이 빗겨간 이런 동네들은 당시에 개발에서 뒷전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옛날 흔적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그렇지만 네르발은 이미 19세기 중반에 파리와 파리 주변이 많이 변했다고 개탄하는 걸 보면, 변화는 늘 있기 마련이고 우리네 인간은 때로 옛것에 대한 향수가 변화를 앞지르는 안타까운 경험을 할 때가 많은 법이다. 개발과 보존을 동시에 이뤄내는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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