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북쪽의 발루아 지방

네르발의 추억으로 가득한 오티스(Othis)

파샤 (pacha) 2012. 3. 23. 06:42

네르발의 작품 [실비]에서 여주인공 실비의 왕고모가 살고 있는 오티스(Othis)라는 마을 성당 앞에 설치된 네르발 기념물. 머리에 구멍이 숭숭하니 마치 작가의 정신이 들락날락하는 상태를 형상화한 듯하다. 오티스의 길 이름은 온통 네르발의 추억으로 가득 차 있다. 역사적 기념물로 지정된 오티스의 성당은 고딕양식 종탑에 정면은 르네상스 양식이다. 

"숲을 벗어나자 자주 디기탈리스의 큰 덤불이 나타났다실비는 디기탈리스 꽃으로 커다랗게 꽃다발을 만들고는 이렇게 말했다“왕고모한테 줄려고예쁜 꽃을 방 안에 두고는 정말 기뻐하실 거야.” 벌판 한 쪽만 질러가면 오티스였다몽멜리앙에서 당마르탱으로 이어지는 푸르스름한 언덕배기 위로 이 마을 성당의 종탑이 뚜렷이 드러났다테브 냇물은 발원지에 가까워 질수록 가늘어지면서 사암과 조약돌 틈을 타고 다시 졸졸거렸다시내는 발원지 근방 초원에 가서는 물줄기가 사라지고 작은 호수가 되었는데 글라디올러스와 붓꽃이 물가를 수놓았다우리는 이내 마을 들머리에 접어들었다실비의 왕고모는 들쭉날쭉한 사암으로 지은 작은 초가집에 살고 있었다초가집은 홉과 머루가 휘감긴 격자로 뒤덮여 있었다실비의 왕고모는 밭 몇 뙈기로 먹고 살았는데남편이 죽은 뒤에는 마을 사람들이 밭을 대신 갈아주었다." (네르발, [실비])




이런 고풍스런 동네성당을 만나는 건 여행하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성당만 고풍스러울뿐 마을 전체는 현대식 건물로 가득 차 있다. 십자가 꼭대기에 앉아 망보는 장닭은 아침이 오면 정말 울어댈까.


돌로된 부분이 퇴락하여 부스러져도 굳건히 버티는 나무문의 강건함을 보라. 양쪽에 날개 세우고 기도하는 천사를 보면 날지 못해서인지 추락한 천사 같다. 저토록 망가진 걸 보니 벌받은 천사가 아닐까. 천사라고 다 착한 천사만 있는 게 아니라 타락한 천사도 분명 있다. 그럼 타락한 천사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악마의 탈을 뒤집어쓴 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