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15일,
높이 93미터인 첨탑을 복원공사하려다 불이 나서 지붕이 다 타버렸다. 정말 눈물이 난다. '숲'이라고 부르는 지붕을 떠받치는 백년 넘은 참나무 들보들이 다 재로 변해 흔적없이 사라졌다. 길이 100 높이 10미터에 해당하는 '숲'은 210톤에 해당하는 납 지붕을 떠받치고 있었다. 1220-1240년대에 올린 1300개나 되던 그 참나무들은 지금은 구할 수도 없다지 않는가? 일드프랑스쪽의 21헥타르에 해당하는 숲에서 베어낸 목재라는데... 단순히 중세 고딕 양식의 아름다운 성당이 아니다. 지은 사람들의 혼과 여기를 드나들던 사람들의 기억이 새겨진 신성한 건축물이다. 종교 차원을 뛰어넘어 인류의 지혜가 담긴 보물인데...
내가 살았을 때 복원되어 다시 들어가볼 수 있을까?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물이고 장소인데... 지척의 퐁피두 센터가 현대 건물로 가장 맘에 든다면 뭐니뭐니해도 파리에서 가장 훌륭한 건축물은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파리의 심장부가 날아갔다. 혼이 빠진 느낌이다. 서쪽 두 종탑은 그런대로 잘 살아남았고 측면 벽들도 버티고 있긴 하다. 안에 있던 성유물들과 주로 17세기에 5월초 파리의 금은세공사들이 바친 벽에 걸린 대형 그림들(13점)도 건졌다는데... 1856년에 비올레 르뒤크가 복원할 때 새로 만든 제단과 루이14세 때 설치한 피에타와 십자가도 살아남은 모양이다. 가장 궁금한 것은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북쪽 장미창. 남쪽 장미창과 정면 파이프 오르간쪽 장미창은 살아남았다. 지름이 13미터에 이르는 13세기에 제작된 장미창은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데...
8000개의 관이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은 피해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진화할 때 뿌린 물을 맞아 어느 정도 망가진 것은 사실이나 아주 절망적으로 상한 것은 아니라고 하니 그 나마 다행이다. 사라졌다고 여겼던 첨탑 꼭대기 십자가 위에 홰를 튼 장닭도 무사하게 재발견되었다. 그 안에 중요한 세 개의 유물이 들어있다. 예수의 가시 면류관 가시 하나, 생드니와 생트주느비에브의 유골 일부가 담긴 소중한 보물로 파리를 지키는 수호신 같은 존재다.
그야말로 평범한 석공 목공 유리공 보석세공 조각가들이 힘을 모아 신앙심으로 지은 노트르담 대성당, 종교 기운이 센 터에 자리잡고 파리의 심장부를 떡하니 지키던 그 건물이 하루 저녁에 불에 타버리다니!
'숲'의 불길을 잡는데 4백여 명의 소방대원이 밤을 세웠다. 열다섯 시간이 지나고도 소방수들은 물을 뿌려대고 있는 모양이다. 뼈대를 구하려고 호수로 물을 뿌려 진화했다. 왜 숲의 불을 끌 때 동원된 헬기로 진화하지 않았나 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8백 년을 버텨온 노트르담 대성당은 이제 볼 수 없다. 프랑스 대혁명, 1830년의 7월 혁명, 1871년의 파리코뮌, 그리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도 무사하게 살아남은 노트르담은 하루 저녁과 밤에 지붕은 거의 다 타버리고 천장은 일부 손상되고 말았다. 복원이 된 들 그 전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특히 '숲'이라고 부르던 지붕의 참나무 들보들을 중세 건축으로 복원하겠는가? 위고의 예언대로 이것이 저것을 죽이고 말았다. 전쟁도 혁명도 아니었다.
문화재 재단의 부회장은 1300개의 참나무를 구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목재 전문가들은 충분히 있다고 한다. 정치적인 발언이었지 싶다. 엉터리로 5년만에 복원한다는 대통령의 말을 뒷받침하려고 그랬나.
중기에서 말기로 넘어가는 고딕양식을 대표하는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정면과 앞마당. 1163년에 공사를 시작해서 공식적인 완성은 백 년이 지난 1272년. 완성 기준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보아야 겠다.
앞마당을 파르비(parvis)라 부른다. 종탑까지 높이가 69미터, 가로 48, 세로 130의 크기로 최대 9천 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파리에서 가장 큰 성당이다. 프랑스 대혁명 때 많이 훼손되었다가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드파리](1831)가 발표되면서 고딕성당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면서 19세기 중반(1844-1860)에 중세 건축가 비올레 르뒤크(Violet le Duc)의 복원으로 오늘날의 모습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바깥쪽 벽면의 조각들은 거의 복원할 때 다시 만든 것들이다. 첨탑 역시 이 때 다시 세우게 된다.
가장 아래쪽은 세 개의 문, 그 위에 한 줄로 서 있는 28개의 조각은 예수의 조상으로 이스라엘 유대왕들이다. 건물 곳곳에 물받이로 쓰이는 가르구이(gargouille)가 삐죽 나와 있다. 괴물 모양으로 아가리를 벌린 가르구이는 고딕에서 처음 나타난다. 앉아 있는 동물 조각상들은 실제 동물은 물론 상상의 동물상이 많다.
날씨에 따라 주는 인상이 이렇게 다르다. 2012.4.11 역시 아이들은 동물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나머지 학대하는 줄도 모르고 학대한다. 부모들은 자식들을 조심시킬 일. 풍경이나 인물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져도 합성한 사진은 아니다. 이 동네 날씨가 원래 그렇다. 특히 봄엔 일교차가 10도를 훨씬 웃도는 날이 많은데 이런 날은 하루 동안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느낄 수 있다. 어떤 날은 일교차가 20도를 넘을 때도 있다. 해서 파리 사람들의 복장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아침에 나온 사람과 오후에 나온 사람의 옷차림은 확연히 다르다. 다양성 이것은 어쩌면 파리뿐만 아니라 프랑스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말이 아닌가 싶다. 유럽연합의 기치가 바로 '다양성 속의 통일'이 아니던가.
파리의 가장 큰 매력 가운데 하나는 옛것과 새것의 절묘한 조화에서 온다. 가령 노트르담에서 몇 발짝 움직이면 퐁피두 센터가 나온다. 퐁피두 센터와 노트르담이 지척에 위치하고 있지만 서로 이질감을 돋보이게 하지는 않는다. 하나는 전체를 전체는 하나를 통해 조화롭게 구축된다. 이게 깨지면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될 터이다. 폐허도 나름대로 아름다우려면 그 나름의 균형을 갖추어야 한다.
늘 변함없이 본디 쓰임새를 잘 맡아하기에 이 성당은 더욱 멋있게 다가온다. 종교적 기능을 잃어버리고 하나의 볼 거리로 전락했다면 아무리 유서 깊은 역사적 기념물이라도 아무 의미가 없을 텐데, 파리의 노트르담은 지나간 과거를 간직하면서도 현재를 담아내는 그릇으로 언제나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다.
가운데 위치한 최후 심판의 문. 당신의 영혼의 무게는 어디로 기울까요. 미카엘을 따라 갈까요, 사탄에 끌려 갈까요?
왼쪽의 성모 마리아의 문. 문기둥 옆 오른쪽에 두번째가 생드니. 오른쪽 팻말의 사진이 예수의 가시 면류관으로 루이9세 보통 생루이(루이9세) 왕이 콘스탄티노플의 왕한테 돈주고 사와서 이걸 보관하기 위해 지은 성당이 생샤펠(Sainte Chapelle), 한데 프랑스 대혁명 때 약탈 당해 일부가 사라지고 남은 것은 현재 노틀담 성당에 보관되어 있다. 매달 첫번 째 금요일 오후 세 시에 보여준다.
앞마당 한켠의 샤를마뉴의 동상. 유럽 대륙 그러니까 오늘날의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지역을 통합해서 통치한 황제. 샤를마뉴의 꿈은 지금 유럽연합으로 재현되고 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노트르담. 30.07.14. 그 무엇이 파샤의 발걸음을 이쪽으로 이끌었나. 일로 간 게 아니라 한국에서 온 친구를 만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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