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가보아야 하는 파리의 명소

몽파르나스 공동묘지 - 갈루아를 찾아서

파샤 (pacha) 2012. 4. 29. 00:41

가보아야지 가보아야지 하면서도 미루고 미루다 숙제처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찾아간 몽파르나스(Montparnasse) 공동묘지였다. 요절한 천재 수학자 에바리스트 갈루아(1811-1832)의 기념물을 찾으러 갔다. 결투로 죽은 뒤 공동묘혈에 묻혀 무덤이 없는 줄 이미 알았지만 그래도 기념물이라고 있겠거니 했는데 결국 아무 것도 없었다. 한국에서 온 기자와 수학자를 동행하여 4월 24일에 부르라렌(Bourg-la-Reine)의 공동묘지에 갔을 때 보았던 아버지의 묘석을 무등탄 에바리스트의 기념물이 전부였던 셈이다. 안내소와 관리사무실을 들러 아무 흔적도 없다는 걸 확인하니까 24일 문닫는 6시 무렵에 도착해서 방문을 못한 게 안타깝지 않았다. 에바리스트 갈루아는 낭만주의의 화신이었다. 동시대인들한테 인정받지 못하다가 사후 50년이 지나서야 그의 수학 이론이 본격적으로 연구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진가가 빛나는 수학자요, 살아서는 썩어빠진 기존 질서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던 영원한 반항아. 재능은 커녕 삶조차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영원한 젊은이로 남아 있다.


그의 무덤은 자취를 찾을 길 없다. 부르라렌 관광안내소 직원이나 자료에는 분명 몽파르나스에 무덤이 있다고들 했고, 몽파르나스 공동묘지 관계자들은 부르라렌에 있지 않나고 반문하였다. 지난 해 갈루아 탄생 200주년 기념행사를 주관했던 수학자 이브 앙드레 씨는 갈루아의 후손이 유해를 찾아내려고 백방으로 애썼지만 실패하였다고 말했다. 앙드레 씨는 현재 대학 수학계에서는 갈루아 이론은 표준이 되어 있고 그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지만 계속해서 갈루아 이론은 연구 중이라고 한다. 갈루아 이론은 글자 그대로의 뜻이 아니라 행간의 의미를 찾아내어야 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매달리고, 그의 저술을 직접 접하면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네르발은 갈루아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 

"나는 감옥에서 지내기가 아주 쾌적해서 이튿날까지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나 떠나야 되었다. 나는 저녁 식사라도 마치고 싶었지만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나는 강제로 감옥에서 내몰리는 죄수 신세가 될 뻔하였다. 다섯 시였다. 같이 식사를 하던 한 친구가 문간까지 배웅하고는 감옥에서 나가면 나를 만나러 오겠다고 약속하고는 나를 껴안았다. 그는 나갈 날이 두 세 달 남아 있었다. 그가 바로 불운한 갈루아로 나는 그를 다시는 볼 수 없었는데, 그는 석방된 그 이튿날 결투로 죽었기 때문이었다." (네르발 (1808-1855), [어떤 파리 사람의 수기 - 생트펠라지 1832], (1841년 4월 11일, 라르티스트(LArtiste))


꿩대신 닭이라고 사르트르와 보들레르의 무덤을 찾아 나섰다. 그럴 리도 절대 없겠지만 몽파르나스 공동묘지는 너무 비좁아 터져서 이곳에 묻어준다고 애원해도 거절할 판이었다. 그러고 보면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페르라셰즈(Père Lachaise)가 몽파르나스에 비하면 훨씬 환경이 좋다. 그래서인지 페르라셰즈에는 인기인들이 훨씬 더 많다. 짐 모리슨, 이브 몽탕, 발자크, 프루스트, 네르발, 들라크루아...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명당을 차지한 이는 부르타뉴 생말로(Saint-Malo) 바닷가 그랑베(Grand-Bé)에 누워 대서양을 바라보는 샤토브리앙. 파도 소리 끊임없이 들려오고 바람이 전하는 소식을 들으며 가끔 찾아오는 이의 숭배도 받아들이는 그의 묘소는 정말 멋진 자리다. 생말로에 가면 그랑베를 꼭 가볼 것.


유명인사의 무덤을 볼 때마다 떠올리는 생각은 사람은 살아서도 불평등 죽어서는 더더욱 불평등이라는 사실이다. 유명하고 볼 일이다. 죽어서도 인기는 식을 줄 모르니. 인생은 짧아도 인기는 길게 늘어진다. 날린 이름도 얻은 인기도 없는 그저 평범한 우리 같은 사람은 유명인사의 무덤이라도 뒤좇아가야 하나 보다.



죽어서도 저 정도로 키스를 받다니... 내 그대의 무덤에 절대 입맞추지 않으리. 줄 게 없으면 맘만 주고 가도 되니 지하철 표는 두고 가지 말자. 찾아 본 것으로 충분한 경의를 표하지 않았나. 꼭 흔적을 남겨야 하나. 기도만 하면 된다고 적어두었으니 그저 기도만 하고 돌아가시오. 지하철 표를 많이 준들 환생해서 지하철은 탈 수 없으니.


엄지 손가락의 조각가 세자르도 제사상을 몇 개씩이나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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