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공연

반고흐/아르토, 도레 - 오르세

파샤 (pacha) 2014. 3. 29. 06:25

2014년 봄 오르세 박물관에서는 특별전이 두 개가 진행 중. 귀스타브 도레(2014. 5.11까지)와 앙토냉 아르토와 반고흐 (2014. 7.6까지). 둘 다 놓치기 아까운 전시다. 


물론 유화 45점이 전시된 반고흐의 전시는 말할 것도 없고, 데생, 삽화, 회화 그리고 조각에 걸쳐 다양한 작품을 남긴 도레(1832-1883)의 전시는 볼만하다. '사회적 자살'이라는 부제를 단 반고흐와 아르토의 전시를 보면서 정신병 환자를 보는 사회적 시선을 다시 생각한다. 네르발은 자신의 발작증세가 대중한테 알려지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그렇게 되면 누가 자신한테 딸을 결혼시키겠느냐고 걱정을 한다. 정신병 환자도 어느 순간이 되면 명징함을 되찾는데 이럴 때 쓴 글이나 그림이 상궤를 벗어나는 형태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논리성을 잃는 것만도 아니다. 아르토가 요양원 아틀리에에서 그린 자화상을 비롯 인물화를 보면 이상한 열기와 함께 정신없이 꺼적댄 글이 혼합되어 나타난다. 어쩌면 용솟음치는 창조력은 이런 광기에서 나오는 것인가. 전시된 반고흐의 작품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게 생레미(Saint-Remy) 요양원을 소재로 삼은 그림들이다. 요양원 안뜰의 풀과 꽃 나무를 그린 작품이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적이다. 유화 특유의 반짝이는 물감 효과로 처리되어 다른 작품에 비해 유독 색채가 영롱하다. 아카시아 꽃을 클로즈업 시켜 그린 조그만 작품이 시선을 끈다. 확대시켜 그려서인지 추상화된 느낌이 들며 풍경이나 인물에서 보는 기법하고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도레가 가장 재능을 펼친 분야는 단연 삽화다. [성서], 단테의 [지옥편], [가르강튀아], [팡타그뤼엘], [방랑하는 유태인들], [올리버트위스트], [노트르담 드 파리]... 그가 접근한 소재도 주목할 만하다. 산업사회의 비참한 하층민을 그린 삽화들이 많다. 

변방예술 장르인 장터예술 가운데 피에로의 애환을 소재로 한 두 작품이 전시장의 입구에서 파샤를 사로잡았다. 이젠 현역에서 물러날 때가 된 늙은 피에로가 재주넘다가 다친 어린 아들을 안은 그림. 이 서커스 집안에서 다친 아들이 죽으면 이젠 대를 이을 인물이 사라진다. 그렇다고 은퇴할 나이에 자신이 아들을 대신할 수도 없다. 죽음이나 멜랑콜리를 주제로 한 작품 역시 많다. 전시의 마지막에서 산과 호수를 그린 그림들이 연작처럼 보이는데 적막한 풍경 속에 한두 명의 인물들이 외롭게 배치되어 있다. 마치 프리드리히의 풍경을 보는 듯하다. 

도레의 전시회를 둘러보며 새삼 이런 기분이 들어 씁쓸하다. 분야나 질은 둘째치더라도 가장 놀라운 점은 작품의 양이었다. 한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많은 작업을 했을까. 도레의 판화 가운데 네르발이 목메 달아 자살한 그림도 있었다! 이 판화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정작 작가의 이름에는 관심이 없었다. 어쨌거나 도레는 그 업적에 비해 이름이 덜 알려진 작가임엔 틀림없다.



꼭대기층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중앙홀. 바닥층 가운데 통로에 조각이 전시되고 양쪽으로 그림 전시실이 배치된다. 반이층은 역시 통로에 조각이 설치되고 그 양쪽이 그림 전시실이다. 시계가 보이는 쪽이 입구겸 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