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 만한 프랑스 지방

쉬농소성의 부엌

파샤 (pacha) 2015. 1. 8. 06:51

쉬농소성에서 가장 볼 만한 것은 지하에 자리잡은 부엌이다. 보르비콩트성의 부엌도 괜찮지만 쉬농소의 부엌이 정말 볼 만하다. 페캉의 베네딕틴궁이나 블루아성에서 열쇠 컬렉션이나 쉬베르니성의 중세무기 모음도 일상도구가 아름다운 오브제로 변모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물론 샹티이성의 멋진 서재도 떠올림직하다. 


비록 쓰이지 않는 도구로 전락했지만 그 존재만으로 따뜻한 온기를 전한다. 부엌용품들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저런 도구들이 있으면 요리가 저절로 될 듯하다!!

한편 주인을 잃고 버려진 주방용품들의 신세는 과연 어떤가? 특히 주인이 죽고나서 더 이상 주방 기기들을 만질 사람이 없는 경우에...

 

이 장면에서 나는 버려진지 십 년도 훌쩍 더 넘은 고향집을 떠올린다. 엄마 아부지가 떠난 뒤 폐가가 된 우리집 부엌의 그릇이며 냄비, 밥솥, 프라이팬, 칼, 수저, 컵... 큰 방에 여전히 걸려 있을 나와 작은 형, 큰형의 대학과 대학원 졸업 기념 사진... 멀방에 남아 있을 대학교 때 읽으려고 샀다가 마저 읽지 못한 책 몇 권이며 어린 시절 무수히 받은 상장이며 빛바랜 성적표... 농안에 여전히 들어 있을 내가 덮던 솜이불이며 베개... 오래되어 먼지로 칠갑되어 구멍이 숭숭 뚫린 한지 바른 문들이며 파리똥 흩뿌려진 점묘파의 누래진 벽지며 천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