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생라자르역으로 14번선을 타러가는 길이었다. 은행에 현금을 넣으려고 오페라쪽과 생라자르역쪽 지점을 섭렵했지만 둘 다 실패였다. 오페라쪽은 고장난 기계가 이주째 고쳐지지 않은 상태고 생라자르쪽은 점심시간에 걸려 셔터가 내려져 있다. 집세가 빠져나갈 날이 며칠 남지 않아 구좌를 채워넣어야 하는데 돈 마련하기도 버거웠지만 넣기까지 이렇게 힘들 줄이야. 결국 우리 동네 지점에 가야할 판.
모네의 그림으로도 유명하지만 프루스트의 주인공 어린 마르셀이 할머니와 함께 생라자르역에서 기차를 타고 발벡 해안(노르망디 카부르)으로 바캉스 가던 곳이다. 출발지이면서 도착지가 되는 게 기차역이다. 가렌콜롱브에 살 때 이역을 가끔 이용하곤 했다. 통역을 맡아 루앙 아랫쪽 조그만 동네를 갈 때 손님들과 함께 생라자르역에서 기차를 탄 적이 있다.
여행의 퇴적물이라고 해야 하나. 흔적이라고 하는 편이 나은가. 여행할 때는 필수품이지만 보통 때는 거추장스러운 물건. 분실물 센터에 찾아가지 않은 가방들인가.
조각 뒤로 보이는 원형 유리지붕이 메트로 타러 가는 입구다.
'꼭 가보아야 하는 파리의 명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튈르리 공원에서 점심 식사 (0) | 2018.04.19 |
---|---|
오페라의 유령을 찾아 (0) | 2017.11.13 |
퐁 루아얄에서 본 시테섬쪽 풍경 (0) | 2017.05.25 |
튈르리 공원에서 마주친 이상형 (0) | 2016.07.18 |
센강의 큰물을 따라 (0) | 2016.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