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

올리브 동산의 예수

파샤 (pacha) 2018. 3. 29. 23:47

루브르의 들라크루아 전시회를 계기로 파리시의 협조로 생폴생루이(St-Paul-St-Louis) 성당에서 빌려와 전시 중. 3월21일에서 7월말까지.


[올리브 동산의 예수]는 1827년 살롱전에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과 함께 출품된다. 강렬한 빛과 어둠의 대비가 돋보인다. 천사들의 날개에서 예수의 신체를 거쳐 로마 병정들이 들고 있는 햇불에 이르기까지. 강렬한 조명과 밝은 색채를 통해 비통에 잠긴 예수의 고뇌가 한결 두드러져 보인다. 저 멀리 예수를 체포하러 오는 로마 병정들은 거리감도 거리감이지만 진정 작게 쪼그라든 모습이다. 한편 지쳐빠지고 축 늘어졌지만 거대하게 펼쳐진 예수의 몸과 극히 대조적이다. 제자 셋이 무심하게 잠들어버렸어도 하늘에서 천사 셋이 서러워한다. 그래도 어둠이 아니라 빛이 승리하리라. 저 고통은 혼자 견뎌내야 한다. 어느 누구도 덜어주거나 대신해줄 수 없다. 어느 순간 독배를 마셔야 한다. 그게 운명이라면.

"주여, 진정 저를 버리시나이까?"

"제가 과연 세상을 구할 하느님의 아들입니까?"

"그렇다면, 잔을 거두어주소서!"


살다보면 때로 그 독주를 마셔야 할 때가 생긴다. 피할 수도 안 마실 수도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천사는 분명 중성일텐데, 들라크루아의 천사들은 여성성이 두드러져 보인다. 천사의 날개는 외계인의 상징인가? 결국 예수의 팬은 여성이 압도적이어서인가? 남자 제자들은 잠에 곯아 떨어져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안드레아 만테냐, [올리브 동산의 고뇌], 1458-60, 런던, 내셔널 갤러리.

천사들이 기도 소리를  들어도 소용없다. 제자들이라곤 입을 헤벌리고 코까지 골며 단잠에 빠져들었다. 배신자의 발자국 소리는 점점 크게 들려오는데...